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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의 숨결을 잇는 손길 - 세종국악기사 조범석 사장
  • 이정민 기자
  • 승인 2006.0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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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잊고 산다. 자연 속에서 장인(匠人)의 정신을 잇는다. 전통 국악기 가야금, 거문고, 아쟁, 해금 등 현악기를 만드는 운산(雲山) 조범석(48, 경기으뜸이)씨. 세종국악기사를 운영하고 있다. 수작업이라 직원도 많지 않다. 전통을 잇는 그의 공간은 한적한 숲속에 자리하고 있다.

▲ 세종국악기사 조범석, 이영이 부부
조범석 사장은 막내 숙부가 가야금 공장을 운영하고 있을 때 밑에서 기술을 습득하게 됐다. 그 인연이 지금의 운산을 탄생하게 했다.

옛 어른들은 “밥 빌어 먹는다”며 한사코 말리는 것이 악기 제조다. 조 사장은 25년 동안 후회를 한 적이 없다. 살다보면 괴롭고 고달픈 것이 인생이라며 넘어간다.

하나의 가야금과 거문고, 아쟁, 해금이 나오기까지 인고의 세월이 흐른다. 장인의 혼과 정신이 깃들어야 제대로 된 작품이 나온다. 그것이 쉽지 않다. 간혹 손 끝이 떨려올 때도 있다. 명기(名器)가 만들어지는 느낌이랄까. 운산은 느낌은 스쳐갔지만 진정한 명품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25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에서야 조금씩 그 느낌을 느낄 수 있다. 그의 소중한 작품에는 낙관이 찍힌다. 운산(雲山) 조범석.

현악기의 재료는 오동나무와 밤나무를 쓴다. 줄은 명주실을 꼬아서 만든다. 하나의 명품이 태어나기까지는 기나긴 세월이 필요하다. 윗판과 아래판을 결정하는 오동나무와 밤나무를 자연 상태에서 7-8년을 건조한다. 그 중에서 양호한 것으로 악기를 만든다. 더 좋은 나무가 없을까 실험도 많이 했다. 옛 어른들의 지혜에 고개가 숙여질 뿐이다. 오동나무와 밤나무를 따라오는 나무가 없기 때문이다.

악기가 태어났다. 가녀린 손이 현을 뜯는다. 활대는 현위에서 춤을 추듯이 탄다. 가야금은 뜯고 거문고는 타야 한다. 아내(이영이, 44)가 어느새 가야금을 뜯는다. 오른 손은 현을 뜯고 왼 손은 농현(줄을 누르는 동작)을 한다. 아리랑이다. 각 현의 음을 맞추는 데는 제격이다. 우리나라의 정서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소리가 아련하게 저며 온다. 악기제조의 장인은 악가무(樂歌舞)에 능해야 한다. 운산이 그렇다.

장인(匠人)의 정신에 대해 운산은 말한다. 땀의 가치를 모르는 사람은 장인의 정신을 이을 수 없다고. 뜻과 꿈을 가지고 정진하려는 마음 자세가 중요한 것을 모르기 때문이다. 요즘 세태를 보면 더욱 한숨이 나온다. 열심히 일하고 노력한 땀의 댓가를 잃어버린 것 같아 가슴이 아리다. 대충대충 놀면서 얻으려는 것이 못내 아쉽기만 하다. 전통을 잇는 장인의 길은 결코 쉬운 길이 아니기 때문이다.

광명지역신문, JOYGM

이정민 기자  com423@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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