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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빠가 읽어주는 ‘훨훨 간다’
  • 광명지역신문
  • 승인 2005.0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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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한해를 돌아보면 아쉬운 일 투성이지만 누군가 올 한해 아이들과 보내면서 가장 보람있었던 일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주저하지 않고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 주었고 아이들이 책을 가까이 하고 즐기게 되었다고 답하고 싶다. 쉬는 시간 자리를 비운 우리 반 대부분의 아이들이 도서관에서 책을 고르거나 읽고 있었을 때, 스스로 골라 온 책을 건네며 "선생님, 이 책 읽어 주세요"라며 호기심 가득한 얼굴을 보일 때, 국어 시간 우리가 함께 읽었던 책의 일부가 소개되거나 읽었던 책 제목과 작가를 보고 뿌듯해하는 목소리와 표정을 보았을 때 읽어준 책이 영화로 개봉된다며 들뜬 모습을 보았을 때, 나는 희망을 전해 받는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면서 느낀 것은 책을 읽어주는데 나이는 상관이 없다는 것이었다. 유아나 저학년 뿐만 아니라 고학년 아이들도 책을 읽어주는 것을 좋아하고 들려주는 이야기를 통해 이야기가 주는 재미를 알아가고 스스로 책에 대한 매력을 발견해 낸다는 것이다.

감사의 마음을 전해야 할 때 자녀를 둔 지인들에게 종종 책을 선물하는데 중학생 이하 아이를 위해서 항상 첫 선물로 권정생 선생님의 '훨훨 간다'를 선택한다. 아빠가 혹은 엄마가 직접 읽어주면 아이가 좋아할 거라는 얘기와 함께.

늘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졸라대는 할머니, 하지만 이야기라는 건 아무 것도 할 줄 모르는 할아버지. 어느날 할머니는 베 한 필을 주며 장에 나가서 이야기 한 자리와 바꿔 오라고 한다. 장에서 이상한 사람으로 오해만 받고 이야기를 사지도 못하고 집에 터벅터벅 가던 할아버지는 빨간 코 농부를 만나 '훨훨 온다'로 시작하는 엉뚱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이야기를 먼저 하는 농부와 잊지 않으려고 따라하는 할아버지의 단순한 되풀이는 아이들에게 우리 말들의 해학을 경험하게 한다. 또한 주고 받는 형식이나 메기고 받는 형식을 특징으로 하는 우리 민요가락과 장단의 맛을 느끼게 해준다. 며칠 전 갑작스럽게 맡게 된 1학년 보결 수업시간을 통해 이 책을 들려 주었을 때도 농부의 얘기를 먼저 읽어주면 자연스럽게 아이들은 따라하면서 목소리를 통일시키고 호흡을 맞추어 노래흥을 저절로 타는 것이다. 재미있다고 또 읽어 달라하여 두번째 읽어 주었을 때는 아이들의 눈은 더 크게 열려 있었고 얼굴은 더 크게 펴지고 목소리는 더 구수하고 우렁찬 민요조에 가까웠다. 특히 발을 크게 구르며 '예끼, 이놈'하는 부분에서 전체 아이들은 큰 소리로 '예끼, 이놈'하고서는 흥에 겨워 깔깔 댔다.

무명 한 필로 바꾼 이야기가 가정의 웃음과 행복까지 가져올 거라고 믿는다. 몰래 들어온 도둑이 저 혼자 놀라 도망간 줄도 모르고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하하 호호 즐겁게 웃었던 것처럼 이야기 꽃 웃음으로 새해에는 우리 어른들이 아이들을 위해 보람있는 일을 만들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노민화<광명동초등학교 교사>

광명지역신문, JOYG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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