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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할 수 없는 논란 ‘평준화’교육감은 비평준화 고집 ‥ 정치인은 애매모호
  • 이민규 기자
  • 승인 2007.06.22 00:00
  • 댓글 1

5년을 끌어온 지지부진한 공방 끝은 어디인가?

최근 고교평준화에 대한 관심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광명시의 고교평준화 도입은 여러 해 끌어온 사안이다. 현재 여론은 고교평준화에 찬성하는 쪽이 지배적이다.

작년 광명시민을 대상으로 고교평준화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찬성 71.3% 반대 21.8%라는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지역에서 실제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아직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으며, 여론과는 상당한 편차를 보여준다.

적지 않은 정치인들이 공통적으로 고교평준화 문제가 교육문제에 있어서 사람들이 주장하는 것만큼 근본적인 문제가 아님을 지적했다.

비평준화가 다양성 말살 주범
주민이 뽑은 정치인 민의 존중해야

다양성, 창조성 키우는 인재 키워야
정치인이 평준화 문제 개입은 잘못

전재희 의원은 “현대의 인재상인 개성적이고 창조적 교육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평준화의 문제는 부풀려졌으며, 이를 넘어서는 교육정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평준화학부모연대의 정미영 사무국장은 비평준화 제도가 바로 성적이라는 획일적 기준으로 학생들을 서열화시킴으로써 개성과 창조성을 말살하는 주범이라고 지적한다. 평준화시민연대의 양두영 사무국장 역시 평준화 제도는 학업능력뿐만 아니라, 예체능, 인성, 종합적 사고능력을 배양하기 위한 ‘전인교육’을 위해 필요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또한 평준화의 도입시기도 쟁점이 되고 있다. 평준화 실시가 불러올 혼란을 최소화시킬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원은 고교입학정원 확충, 우수한 학생을 따로 흡수할 수 있는 학교 설립, 학교배정에 대한 불만요소들을 최소화를 선결조건으로 내세웠다. 우수학생을 흡수할 기능을 수행하는 특목고 설립 문제는 평준화론자 사이에서도 의견이 달랐다.

평준화학부모연대의 정미영 사무국장은 특목고가 평준화 제도의 단점을 보완하는 구실을 한다면서, 이는 광명시 학부모의 공통된 염원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러나 평준화시민연대의 양두영 사무국장은 특목고가 ‘대학입학’이라는 목적을 위해 ‘대입특화고로 전락한지 오러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은 고등학교 부족문제에 대해서는 평준화 논쟁과는 관계없이 개선되어야 할 문제이며, 평준화 실시로 인해 야기되는 불만사항들은 일정한 시기가 지난 다음에는 오히려 만족도가 높을 것이라는 공통된 의견을 보였다.

역시 익명을 요구한 한 고위공무원은 또한 평준화 정책의 결정권은 경기도교육감에게 있으므로, 각 의원들이나 공무원에게 이것을 요구하는 것은 초법적인 행위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시민연대 측과 교육감 간 대화를 주선해 주는 것까지가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미영 사무국장은 ‘시민들의 손으로 뽑은 정치인들이 시민의 의견에 무관심하다면 이는 직무유기’에 해당된다면서 ‘평준화 문제를 민생문제’로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평준화 문제로 인해 광명시의 주 소비계층인 30~40대 인구가 빠져나가 내수경기가 침체된다면서, 평준화 문제가 광명의 경제와도 직결된다는 논리다. 또한 양두영 사무국장 역시 교육감은 ‘교육행정갗에 해당된다면서, ‘행정가가 여론을 무시하고 소신만 고집한다면 이는 구태적인 태도’일 뿐이라고 말했다.

현재 평준화학부모연대는 빠른 시일 내에 ‘08년 대학입시와 비평준화 제도와의 상관관계’라는 설명회를 계획하고 있다. 비평준화제도가 해당지역에 미치는 입시에서의 불리함을 설명하여 ‘평준화문제’를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뜨거운 감자로 만들겠다는 생각에서이다.

양두영 사무국장은 교육감이 계속하여 시민들의 요구에 대해 무성의한 태도를 보일 경우 차기 교육감 선거에서 선거운동까지 벌일 생각이 있음을 분명히 했다.

광명지역신문, JOYGM

이민규 기자  scoffoo2@joyg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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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평준화찬성자 2007-07-03 04:42:46

    3불정책·고교평준화 최대 피해자는 가난한 집 공부 잘하는 자식(원유석)


    "3불정책과 평준화의 가장 큰 피해자는 가난한 집의 공부 잘하는 자식입니다. 사교육 문제는 3불정책을 고수한다고 풀릴 문제가 아닙니다. 대안을 찾아주세요."

    25년째 경찰 공무원으로 근무 중인 원유석(49) 경위는 13일 '세 자녀 중 두 명을 특목고에 보낸 말단 공무원이 대통령께 드리는 글'을 본사에 보내왔다. A4용지 10장 분량(1만3729자)의 긴 글에서 3불정책(본고사, 고교 등급제, 기여 입학제 금지)의 폐지를 호소했다.

    원 경위는 서울의 일선 경찰서에서 근무 중이다. 그는 전라도 시골에서 농사를 짓는 집의 9남매 중 여덟째로 태어나 고교를 졸업하고 곧바로 경찰에 투신했다. 원 경위는 기자에게 글을 쓴 동기에 대해 "공부 잘하는 애들의 의욕을 꺾는 이런 제도는 바꿔야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원 경위의 큰딸과 아들은 각각 외고와 과학고에 다니고 있다. "어려운 형편 때문에 학원에 많이 보내지도 못했지만 누구 못지않게 교육을 잘 시켜왔다"고 자부했다. 그런데 지난달 고3인 딸이 수능 모의고사를 보고 집에 와 펑펑 우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예전과 달리 딸이 대학에 가는 2008학년도에는 수능 문제 하나 차이로 등급(1~9등급)이 갈리고, 대학이 결정될 수 있다는 점을 깨달은 것이다. 수능 점수도 알 수 없어 진짜 실력을 파악할 수 없는 교육정책에 문제가 있다고 인식하게 됐다.


    이후 며칠 밤을 고민했다. 아이들이 가난해도 공부만 잘하면 좋은 대학에 가 훌륭한 직장을 잡을 수 있는 방법이 뭘까. 마침내 용기를 내 대통령에게 편지를 쓰기로 했다. "대통령의 생각을 바꾸려면 직언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원 경위의 글에는 애틋한 부정(父情)이 깊게 묻어나 있다. 또 자식들을 키우면서 교육제도의 문제점을 폭넓게 알고 있었다. '사랑하는 대통령님'이란 호칭을 써가며 간곡히 부탁하는 형식을 취했다.





    ◆ 다음은 원 경위 글의 요약="대통령님, 솔직히 말단인 제 월급으로는 벅차게 살아왔습니다. 애들 학원비로 지출할 여유도 없었습니다. 지난달 과학고에 합격한 아들을 데리고 선영에 갔습니다. 자식을 대학에 못 보낸 한을 품고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에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더군요. 못다한 소원을 손자가 이루려 합니다.


    우리 교육은 이제 정말 달라져야 나라가 삽니다. 대통령님께서 그토록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3불정책은 불합리한 정책입니다. 기여입학제는 있는 집 자식이라고 자격도 안 되는 사람을 무턱대고 입학시키자는 것이 아닙니다. 또 어느 학교나 똑같다고 주장하면 지금 세상에서는 바보가 됩니다. 그 차이만 인정해주면 됩니다.


    수능에서 한두 문제 차이로 등급이 갈립니다. 학생들 표현을 빌리면 천당과 지옥입니다. 수능에서 좀 실수했어도 실력대로 시험을 치러 떨어지면 원이 없겠는데 이마저 본고사가 없으니 방법이 없습니다. 3년을 공부밖에 모르고 살아온 불쌍한 우리 자식들은 여기서 좌절합니다. 3불정책과 평준화의 가장 큰 피해자는 '가난한 집의 공부 잘하는 자식'입니다.


    이들이야말로 '가문의 영광'을 재현해야 할 가장 절박한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지금 공정하고 정당한 경쟁의 원칙이 사라진 제도하에서 이들이 가장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은 서글픈 일입니다.


    사랑하는 대통령님. 교육의 원칙은 학생들이 노력한 만큼 인정받는 것입니다. 불합리한 제도가 계속된다면 이 땅의 수많은 미래의 빌 게이츠가 꿈을 잃고 스러져 갈 것입니다."

    중앙일보 2007-04-14 05:58



    노 대통령은 원유석 경위의 호소에 귀 기울여야



    경찰서에 근무하는 원유석 경위가 그저께 본지를 통해 노무현 대통령에게 3불정책(본고사, 고교 등급제, 기여 입학제 금지)을 폐지하고, 평준화 정책을 개선해 달라고 간절하게 호소했다. 외고와 과학고에 재학 중인 자녀들의 학부모 입장에서 보니 잘못된 교육 정책의 최대 피해자는 가난한 집의 공부 잘 하는 자식이란 점을 절실하게 느꼈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이 우리 학부모와 학생들의 고충을 이해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원 경위는 교육 전문가가 아니다. 단지 자녀들을 지켜보면서 느낀 점을 진솔하게 밝혔을 뿐인데, 대입제도의 문제점을 적확하게 꼬집었다. 9등급제가 된 수능의 문제 하나로 등급이 갈려 대입이 결정되는 2008년 대입, 수능 실수를 만회할 본고사가 없어 안절부절 못하는 학생들,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도 열심히 공부해온 우수 학생들이 좌절하는 현실…. 많은 학부모와 학생도 공감했을 것이다.


    교육의 원칙은 학생들이 노력한 만큼 인정받는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백번 맞는 말이다. 어느 분야에서든지 노력과 실력을 정확하게 평가해 상응하는 대우를 하는 것이 경쟁력을 키우는 길이다. 그래야 열심히 하는 사람이 많아진다. 정부가 공무원 평가를 강화하는 것도 이런 취지다. 그런데 왜 교육에선 갈수록 엉터리 평가를 하려 하는가. 원 경위는 불합리한 제도가 계속되면 한국의 수많은 미래의 빌 게이츠가 꿈을 잃고 스러져갈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이미 현실이 됐다. 우수한 학생들이 앞다퉈 조기 유학을 가고 있지 않은가.


    노 대통령은 하루빨리 획일적인 평준화와 평등주의 교육관에서 벗어나 획기적인 경쟁력 강화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주요 대선 후보들도 우리 교육을 살리는 비전을 내놓아라.


    정부가 원 경위를 상대로 진상을 조사했다고 한다. 공무 관련도 아니고, 부모 입장에서 대통령에게 직언했다고 불이익을 준다면 독재나 다름없다. 그가 더 걱정한 것은 한층 심각하게 방황하는 자녀 또래의 아이들과 우리 민족의 앞날이었다. 이런 국민이 있기에 아직 우리의 미래가 어둡지 않다.

    중앙일보 2007-04-16 05:25



    원유석 경관, 대단한 일 했다



    경찰공무원 원유석 경위가 노무현 대통령에게 3불(본고사, 고교 등급제, 기여 입학제 금지) 정책의 폐지를 호소하며 쓴 글이 보도된 14일 오전. 그가 근무하는 서울의 한 경찰서는 "중앙일보 때문에 난리가 났다"며 어수선했다. 경찰 간부들은 "일선 경찰관이 상의도 없이 대통령의 의지가 실린 정책을 비판했다"며 보도 경위를 파악하느라 분주했다. 글의 내용보다는 글이 신문 지면에 나가게 된 과정을 더 심각하게 보고 있는 듯했다.


    교육인적자원부의 한 관계자는 기자에게 e-메일을 통해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내왔다. 그는 "자기 자식이 실수해 모의고사 망친 것을 제도 탓으로 돌리는 한 아버지의 무지한 이기주의"라고 혹평했다.


    원 경위를 격려하는 독자는 더 많았다. 전주에 사는 고교 교사 출신의 한 독자는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그 경찰 분이 대단한 일을 했다"고 말했다.


    네티즌 김교철씨는 "공무원 신분으로 참 용감하다. 삭탈관직당하면 어쩌려고. 개천에서 용이 나올 수 있는 정책이 나와야 한다"며 지지를 표했다. 또 다른 네티즌 정선철씨는 "경쟁 없는 사회는 발전이 없고 경쟁 없는 교육은 멍청이를 만들 뿐"이라며 공감했다.


    한 가지는 확실히 해 둘 필요가 있다. 원 경위가 글을 쓰게 된 순수한 동기다. 나라와 자식을 걱정하는 마음이 그것이다. 그는 '대통령께 드리는 글'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학생은 공부를 해야 합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공부하는 나라는 흥하고 그렇지 못한 나라는 망합니다. 우리 민족이 멸망하지 않고 살아남은 것도 교육에 대한 열정 때문 아니었을까요"라고.


    원 경위는 자신의 자식만 걱정하는 게 아니었다. 나라 전체의 미래와 경쟁력이었다. 이러한 진심을 담아 글을 썼다.


    노 대통령은 그동안 '탈권위주의'를 강조해 왔다. 지위가 높지않은 공무원인 원 경위가 감히 대통령에게 공개적으로 하소연을 할 수 있었던 것은 현 정부가 만든 개방적, 수평적 토론 문화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정부가 원 경위의 글에 대해 진상조사에 나서기보다 하나의 소중한 의견으로 수용하고,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는 또 다른 용기를 기대해 본다.

    중앙일보 2007-04-16 06:40



    3불정책, 가난한 집 아이에게 더 불리하다



    EBS에서 방영된 노무현 대통령의 ‘본고사가 대학 자율인가’ 특강을 들으면서 우리 교육의 미래에 대한 대통령의 충심을 이해할 수 있었다. 교육을 정치논리로 보지 말라는 비판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사회에서 교육이 학교와 학생, 학부형들만의 문제를 넘어선 지 이미 오래다. 교육 정책이 선거의 당락을 좌우하고, 아파트값을 끌어올리고, 좌·우파를 가르는 기준이 되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지금도 학부모의 학력과 소득 수준에 따라 대학 진학 기회가 달라진다”는 대통령의 진단은 정확하다. 필자가 근무하는 카이스트만 하더라도 가난한 집 자식은 드물다. 대통령이 ‘걱정’하는 것처럼 강남 부잣집 자식은 아니지만 중산층 이상의 가정에서 자라난 학생이 대부분이다. 찢어지게 가난한 지방 출신 명문대생이 적지 않았던 10여 년 전 필자의 대학 시절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느낀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3불정책’이 정당하다는 대통령의 논리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우리 사회가 계층 이동이 자유로운 열린 사회로 가기 위해 좋은 대학에 진학하는 가난한 집 자식 숫자는 대폭 늘어나야 한다. 하지만 현재의 교육환경과 입시제도는 가난한 집 자식에게 더없이 불리하다.
    항간에는 ‘자녀를 명문 대학에 진학시키기 위해 필요한 세 가지 능력’이라는 뼈 있는 우스갯소리가 떠돈다. 어머니의 ‘정보력’과 학생의 ‘체력’, 그리고 할아버지의 ‘경제력’이다. 입시제도가 너무 복잡하다 보니 어머니의 정보력이 필요한 것이고, 내신·수능·논술 등 갖가지 과외를 받자니 학생의 체력이 필요한 것이며, 아버지가 혼자 벌어서는 그 많은 과외비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으니 할아버지의 경제력이 필요한 것이다. 가난한 집 자식에게 자신의 의지로 기를 수 있는 체력 외에 다른 능력이 있을 리 만무하다.
    고액 과외를 막기 위해 도입된 ‘쉬운 수능’도 공부 잘하는 가난한 집 학생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한다. 현재 수능시험 개별 문항의 정답률은 70% 내외이고, 일부 문항은 90%에 육박한다. 학생의 자질이 부족하면 아무리 과외를 시켜도 풀 수 없는 고도의 창의력을 묻는 문제는 수능 시험장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쉬운 수능은 난이도를 과외로 극복할 수 있는 수준으로 대폭 낮춘 결과, 과외를 많이 받은 학습능력이 부족한 부잣집 자식에게 오히려 유리하게 작용한다.
    어릴 적부터 좋은 교육을 받아야 좋은 대학에 진학한다. 공부 잘하는 가난한 집 자식이 공교육 기관에서 공부 못하는 학생과 똑같은 ‘평준화 교육’을 받는 동안 부잣집 자식은 사교육시장에서 차별화된 양질의 교육을 받는다. 학교 선택권도 없고, 수준별로 반 편성도 못하는 학교에서 학원에 다닐 형편이 못 되는 가난한 집 영재는 학년이 올라갈수록 범재(凡才)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대학이 대학별 고사를 요구하는 이유는 변별력을 높이겠다는 의도도 있지만 왜곡된 입시교육을 정상화시키겠다는 의도가 더 본질적이다. 우리나라 고등학생은 3불정책이 시행되고 있는 현재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공부에 할애한다. 그처럼 많은 공부시간을 창의력을 기르거나 통합적인 사고력을 기르는 데 쓰지 않고, 단편적인 지식을 쌓거나 실수하지 않는 연습을 하는 데 쓰고 있으니 학생은 물론 대학과 국가의 손실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대학이 요구하는 창의력과 통합적 사고력은 학원이 아니라 학교에서만 체계적으로 기를 수 있다. 다만 현재와 같은 평준화·획일화된 학교가 아니라 학생 수준에 맞는 맞춤식 교육을 할 수 있는 학교라야 가능하다. 사립대학에서 요구하는 기여입학제 역시 매년 4조원에 달하는 해외 교육수지 적자를 우리 대학의 발전에 쓸 수 있는 기회를 달라는 것일 뿐이다.
    3불정책과 평준화 교육하에서도 부잣집 자식은 양질의 교육을 받고 있고, 국내에서 실패하면 해외에서라도 좋은 대학에 진학한다. 3불정책과 평준화 교육의 가장 큰 피해자는 공부 잘하는 가난한 집 자식이다.

    전봉관 KAIST 인문과학부 교수·국문학

    조선일보 2007-04-09 22:57




    수능 등급제는 비합리의 전형, 본고사가 좋겠다



    최근 '국가 석학'으로 선정된 임지순(55.사진)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가 정부의 입시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는 12월 16일, 서울대 안에 있는 자신의 연구실에서 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내년에 대학입학수학능력시험(수능)의 표준 점수를 공개하지 않고 등급만을 전형에 활용토록 한 정부의 조치는 비과학적이고 비합리적인 생각의 전형"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래야 잘 뽑을 수 있다고 하는데, 학생에 대해 더 적은 정보를 주고서 더 잘 뽑을 수 있다는 게 어디서 나온 발상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대학 신입생 선발의 문제점을 물은 데 대한 답이었다.


    임 교수는 또 "학생들이 수능에 대비해 문제 푸는 연습을 반복하고 실수 안 하는 요령만 터득하고 있다"며 "이래선 창의력이 길러지지 않는다"고도 지적했다. 미국의 창의적인 과학자들을 보면 우리의 교육 현장에서 그런 유형의 천재가 과연 길러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때마다 좌절감도 느낀다고도 말했다.


    학생 선발 과정에서 수능을 보충하는 수단으로 실시하는 면접고사의 한계점도 짚었다. 구술은 순발력 있는 학생들에게 유리한데 과학에서 순발력은 중요한 자질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임 교수는 "말은 잘 못해도 과학을 좋아하는 창의력 있는 학생들을 뽑으려고 하는데 이게 쉽지 않다"며 "본고사를 보면 제일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임 교수는 최근 학생들이 이공계를 가지 않으려고 한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정부가 많은 시책을 내놨지만 우수한 학생들이 과학을 전공으로 택하지 않는 분위기는 여전하다"며 "학생과 부모 모두 돈을 편하게 많이 버는 직업을 택하려 하는 것이 답답하다"고 말했다.


    한편 임 교수는 "교수는 먼저 학생을 잘 가르쳐야 하지만 지성인으로서 사회를 비판할 책임감도 느껴야 한다"며 "비판 대상에는 내가 속한 교수 집단도 포함돼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 임지순 교수 : 극미세한 세계를 다루는 '나노 과학'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 노벨상을 받을 가능성이 가장 큰 한국 과학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2006년 12월 12일, 교육인적자원부와 한국학술진흥재단이 선정한 '10인의 국가 석학'에 뽑혔다. 최근엔 미래 에너지인 수소 연료 실용화 연구에 매달리고 있다. 경기고를 수석 입학.졸업했다. 현재 수능에 해당하는 전국 대학입학 예비고사(1970학년도)에서 전국 수석을 한 다음 서울대에 전체 수석으로 입학했다.

    중앙일보 2006-12-18 05:24



    3불정책, 고교평준화는 사회 좀먹는 아편



    3불정책은 대학 발전을 가로막는 '암초'라고 비난했던 서울대 장호완(지구환경과학과 교수) 장기발전위원회 위원장이 노무현 대통령의 교육관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3불은 대학입시에서 본고사, 고교 등급제, 기여 입학제를 금지하는 것을 말한다. 장 위원장은 11일 "경쟁 없이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중요성을 강조하던 노 대통령이 교육 문제에 대해선 시대에 맞지 않는 교육관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이 8일 교육방송(EBS)을 통해 "3불을 방어하지 못하면 교육 위기가 올 수 있어 절대 폐지할 수 없다"고 강조한 내용을 반박한 것이다. 다음은 장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노 대통령이 3불이 깨지면 교육 위기가 온다고 했다.


    "지금의 교육 위기는 왜 보지 못하는지 궁금하다. 3불정책과 고교 평준화는 사회를 좀먹는 아편과 같은 무책임한 교육정책이다. 당장은 학부모와 학생들의 마음을 편하게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국제사회에서 경쟁하며 살아야 할 학생과 국민에게는 좌절과 절망을 안겨 주는 왜곡된 평등 정책이다."




    -대통령의 잘못된 교육관이 뭔가.


    "획일적 평등주의가 하향 평준화를 가져왔는데 상향 평준화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정부는 교육 후진국인 동남아 지역에까지 조기유학을 갈 수밖에 없는 공교육의 파탄 등 교육 위기를 직시해야 한다."




    -시대에 맞지 않는 교육관이라는 지적은.


    "교육과정에서는 개인 능력 차가 생기고 이를 평가에 반영하는 것이 국제적 교육 기준이다. 이러한 기준을 살려 교육정책 방향을 규제에서 자율로 바꿔야 한다. 특히 FTA 무한경쟁 시대에는 학생들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교육정책이 시급하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사회가 교육 선진국에 종속될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대학이 입시에만 치중한다고 했다.


    "월드컵 대표에 왜 가장 재능 있는 선수를 뽑으려 하는지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육체적 재능도 선별하는데 정신적 재능이야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창의성이 뛰어난 젊은이들을 썩히지 않는 게 우리 모두의 미래를 풍요롭게 한다는 것을 왜 이해하지 못하는지 안타깝다."




    -평준화로 저소득층에 기회가 많아졌다는데.


    "억지다. 최대 피해자는 저소득층이다. 잘 하고 못 하는 교사를 평가하고 구분하는 제도가 없는 공교육이었기에 누가 신바람나게 교육 현장에서 학생을 가르치려 하겠느냐. 그러니 제대로 된 공교육을 받을 수 없는 저소득층 자녀들이 피해를 보는 것이다."

    중앙일보 2007-04-12 06:28



    자율·경쟁 부정하는 교육 3불정책



    최근 들어 노무현 정권이 종교처럼 추앙해 온 ‘3불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이러한 비판은 어제오늘 갑자기 불거져 나온 게 아니다. 그동안 많은 교육전문가가 기회 있을 때마다 3불정책의 근간인 ‘교조적 평등주의’의 문제점들을 지적하며 이에 대한 수정을 건의해 왔다. 결코 교육의 평등을 무시하자는 게 아니다.


    오히려 이들은 지난 30여년간 평등주의에 입각한 교육정책이 교육의 기회를 확대하는 데 기여한 사실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국가간의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는 오늘의 상황에서 평등의 이념에만 맹목적으로 집착하는 것은 교육의 미래, 나아가 국가의 생존을 위해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게 이들의 판단이다.


    여기에서는 3불정책의 폐해를 자율성과 경쟁이라는 측면에서 지적해 보겠다. 우선, 3불정책은 대학의 자율을 부정하고 있다. 4월8일 노 대통령이 교육방송(EBS)에 출연, ‘본고사가 대학의 자율인가’라는 논조로 3불정책에 대한 비판을 일축한 바 있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교육방송을 통해 현 정권의 교육정책을 선전하고 비판을 매도하는 행태의 적절성 여부는 차치하고라도, 대학이 본고사에 집착하는 듯이 국민을 호도하는 것은 책임있는 국정 운영의 자세라고 보기 어렵다.


    대학들이 요구하는 것은 자율적 학생선발권이지 본고사 그 자체가 아니다. 본고사란 대학의 자율적인 학생 선발에 대한 상징적 표현일 뿐이다. ‘본고사 금지는 대학의 자율을 저해하지 않는다’는 식의 강변은 마치 축구감독에게 ‘선수선발권 없이 팀을 자율적으로 지휘하라’고 주문하는 것과 같다.


    본고사가 학생 선발에 관한 자율이라면, 기여 입학제는 대학의 재정적 자율과 직결된다. 물론 평등 지향적인 국민적 정서를 고려할 때, 이를 선뜻 허용할 수 없는 당국의 고충은 이해가 된다. 그러나 이같은 제도의 도입 여부가 교육부의 결정 사항이라는 사실 하나만 봐도 우리 대학의 자율성이 얼마나 큰 제약을 받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대통령과 교육 당국은 기여 입학제가 실시되면 대학들이 무분별하게 ‘돈만 있고 실력 없는’ 학생들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걱정하는데, 이는 대학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모독이다. 적어도 우리의 대학들이 그 정도로 파렴치하거나 몰지각하지는 않다고 본다.


    다음으로, 경쟁이다. 평준화 체제 아래서 학교간 학력 격차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은 결국 학교간 경쟁을 유발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노 정권은 병적이리만치 경쟁에 대한 거부반응을 보여 왔으며, 경쟁을 ‘교육의 불평등을 재생산하고, 낙오된 다수에게 박탈감을 주는 사회 현상’이라고 인식한다. 이러한 인식은 ‘적절한 경쟁은 학습 동기를 유발한다.’는 교육의 ABC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아울러, 교육적 불평등의 원흉은 경쟁이 아니라 학생들을 학원가로 내몬 고교 평준화 정책이다. 그리고 ‘잘나가는 10%에 대한 나머지의 박탈감’ 운운하는 것은 논리가 아니라 억지다. 그렇다면 평가를 통한 경쟁과 선발은 모두 없어져야 한다. 국가 대표팀에 선발되지 못한 많은 축구 선수들의 박탈감이 그리도 중요하다면 아예 대표팀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KORUS FTA) 타결을 치하하며 ‘무한 경쟁’을 강조했던 대통령의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난감할 뿐이다. 이제 우리도 교육의 결과에 대한 책임을 학교에 물을 때가 됐다. 여기서 책무성이란 학교의 자율과 경쟁을 전제로 한 개념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끝으로, 과거 군사 독재 정권은 정치적 비판을 안보 논리로 잠재웠다. 그런데 자칭 민주 투사인 현 대통령은 많은 교육 전문가의 충정어린 비판과 제언을 ‘교육의 위기’라는 신조어로 묵살하려 한다는 인상을 강하게 준다.

    이성호 중앙대 교육학 교수

    문화일보 2007-04-11 14:02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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